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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5.4, 컴퓨터를 직접 쓰는 모델은 뭐가 달라졌나

주노79 2026. 7. 17. 11:33

GPT-5.4 발표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건 벤치마크 점수보다 ‘컴퓨터 사용’이었다. 모델이 답을 적는 데서 멈추지 않고 화면을 보고 클릭하고, 여러 단계의 작업을 이어 간다는 뜻이다. 이미 비슷한 데모를 본 사람에게는 새롭지 않게 들릴 수 있다. 그래도 OpenAI가 이 기능을 주력 모델과 Codex, API에 함께 묶었다는 점은 꽤 크다. AI에게 일을 설명하는 방식이 채팅 한 번에서 작업 절차 전체로 옮겨가고 있다.

GPT-5.4가 스프레드시트 작업을 수행하는 공식 예시
GPT-5.4의 스프레드시트 작업 예시 · OpenAI 공식 발표

무엇이 공개됐나

OpenAI는 2026년 3월 GPT-5.4 Thinking과 GPT-5.4 Pro를 공개했다. ChatGPT, API, Codex에서 각각 쓰이는 형태가 조금 다르다. 긴 문서를 다루고 도구를 호출하며 코딩 작업을 이어 가는 능력이 중심이고, Codex와 API에서는 화면 기반 컴퓨터 사용도 강조됐다.

여기서 “100만 토큰 모델이 ChatGPT에 들어왔다”고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OpenAI 설명상 Codex의 100만 토큰 컨텍스트는 실험적으로 제공되는 범위이고, 표준 컨텍스트는 272K다. 긴 입력은 비용 계산 방식도 달라진다. 숫자 하나만 떼어 ‘이제 책 수십 권을 한 번에 읽는다’고 말하기보다, 내가 쓰는 제품에서 실제로 열린 범위를 봐야 한다.

컴퓨터 사용이 왜 눈에 띄나

API가 없는 오래된 사내 시스템이나 웹 화면은 사람이 직접 눌러야 했다. 화면을 이해하고 조작하는 모델이 안정되면, 데이터 복사·양식 입력·검수처럼 여러 프로그램을 오가는 일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을 수 있다. OpenAI가 공개한 OSWorld-Verified 점수는 GPT-5.4가 75.0%로, GPT-5.2의 47.3%보다 높았다. 같은 발표 자료에 적힌 인간 기준 72.4%도 넘었다.

그 숫자가 곧 “사람보다 컴퓨터를 잘 쓴다”는 뜻은 아니다. 시험 환경은 정해져 있고 실제 업무에는 로그인, 권한, 팝업, 느린 네트워크, 예외 입력이 끼어든다. 데모에서 한 번 성공한 작업과 매일 실패 없이 도는 자동화 사이에는 큰 간격이 있다. 실무에서는 성공률보다 실패했을 때 어디서 멈추고 무엇을 남기는지가 더 중요하다.

직접 써볼 만한 일

첫 시도는 되돌릴 수 있는 작업이 좋다. 공개 웹페이지에서 표를 모아 시트 초안을 만들거나, 로컬 문서의 형식을 통일하거나, 테스트 계정으로 반복 입력을 해보는 식이다. 결제, 고객 메시지 발송, 운영 데이터 삭제처럼 한번 잘못 누르면 영향이 큰 일은 승인 단계를 남겨야 한다.

  • 작업이 끝났다는 기준을 화면이나 파일로 확인하게 한다.
  • 중간 산출물을 저장해 어디서 틀렸는지 찾을 수 있게 한다.
  • 로그인 정보와 민감한 데이터는 필요한 범위만 보여 준다.
  • 발송·결제·삭제 직전에는 사람이 확인하도록 멈춘다.

코딩에서는 무엇이 달라지나

Codex에서 긴 컨텍스트와 컴퓨터 사용이 합쳐지면 저장소만 읽는 데서 벗어나 브라우저에서 결과를 확인하는 흐름이 자연스러워진다. 코드를 만들고 테스트를 돌린 뒤 실제 화면까지 보는 한 묶음이다. 개발자가 매 단계 명령을 다시 적는 시간이 줄어드는 대신, 에이전트가 잘못 이해한 목표를 오래 밀고 갈 위험도 커진다.

그래서 좋은 요청은 거창한 역할극보다 완료 조건이 분명하다. “이 버튼을 예쁘게 고쳐줘”보다 모바일 390px에서 제목이 두 줄 안에 들어오고 기존 클릭 동작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식이 낫다. 모델이 강해질수록 프롬프트 기술보다 결과를 판정하는 기준이 더 값진 자산이 된다.

업그레이드할 이유가 있는 사람

긴 문서와 코드베이스를 매일 다루거나, 여러 도구를 오가는 반복 작업이 많다면 차이를 확인할 이유가 있다. 짧은 질문과 문장 다듬기가 대부분이라면 모델 이름이 바뀌었다고 바로 비용을 늘릴 필요는 없다. 같은 업무를 이전 모델과 나란히 돌려 시간, 수정 횟수, 실패 지점을 비교하는 편이 정확하다.

GPT-5.4의 흥미로운 부분은 답변 문체가 조금 좋아졌다는 데 있지 않다. 사람이 하던 화면 작업을 어디까지 맡기고, 어느 순간 다시 사람에게 넘길지 설계해야 하는 모델이라는 점에 있다. 실제 가치는 화려한 데모보다 그 경계선을 얼마나 믿을 만하게 지키는지에서 결정될 것이다.

확인한 자료: OpenAI GPT-5.4 공식 발표. 제품별 제공 범위와 컨텍스트·가격 정책은 바뀔 수 있어 2026년 7월 17일 기준으로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