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30일 오후 2시 9분, 코스피는 5,579.81이었습니다. 최근 1년 장중 최고점 9,385.59에서 40.5% 빠진 자리입니다. 코스닥은 646.22였습니다. 최근 1년 최고점 1,229.42에서 47.4% 내려왔습니다.
종가가 아니라 장중 숫자입니다. 장이 끝나면 수치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이제 이 하락을 가벼운 조정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한국 증시가 40% 넘게 무너지는 동안 정부와 금융당국은 너무 늦게 움직였습니다.
레버리지 ETF가 폭락을 혼자 만든 것은 아닙니다. 반도체와 AI 주식에 너무 많은 기대가 몰렸고, 외국인 매도와 중국 경쟁 우려도 겹쳤습니다. 하지만 레버리지 상품은 불이 붙은 시장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지수 전체를 흔드는 종목에 2배 상품을 한꺼번에 풀어 놓은 것은 위험한 실험이었습니다.

오르막에서는 작아 보였던 2배 손잡이가 내리막에서는 시장 전체를 흔드는 무게가 됐습니다.
다른 나라도 같이 40%씩 빠졌을까요
아닙니다. 비교 기간을 맞춰 보면 차이가 너무 큽니다.
6월 19일부터 7월 20일까지 코스피는 28.02%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은 0.57% 하락했습니다. 일본 닛케이225는 9.98%, 대만 자취안지수는 8.17%,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7.98% 빠졌습니다. 러시아 RTS도 24.21% 하락했습니다.
| 시장 | 6월 19일~7월 20일 | 한눈에 보면 |
| 한국 코스피 | -28.02% | 비교 대상 46개 시장 중 가장 나빴습니다 |
| 미국 S&P500 | -0.57% | 거의 제자리였습니다 |
| 일본 닛케이225 | -9.98% | 한국 하락 폭의 약 3분의 1입니다 |
| 대만 자취안 | -8.17% | 반도체 비중이 큰 시장인데도 한국보다 훨씬 덜 빠졌습니다 |
| 중국 상하이종합 | -7.98% | 중국 경기 걱정 속에서도 한국보다 낙폭이 작았습니다 |
이 비교는 한국만 나쁜 일이 있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코스피는 폭락 전까지 아주 빠르게 올랐습니다. 7월 20일 기준으로는 연초보다 여전히 54.63%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많이 오른 만큼 차익 실현이 거셌고, 반도체와 AI 기대가 꺾인 충격도 컸습니다.
그래도 다른 나라보다 세 배, 네 배 더 빠진 차이를 모두 “세계 반도체가 흔들려서”라고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 시장 안에서 낙폭을 키운 장치가 무엇이었는지 따져야 합니다.
불씨는 해외에서 왔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길을 키운 장치는 한국 시장 안에 있었습니다.
레버리지 ETF는 왜 하락을 더 세게 만들까요
레버리지 ETF는 하루 움직임을 두 배로 따라가도록 만든 상품입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하루 5% 오르면 10% 정도 오르는 것을 노립니다. 반대로 주가가 5% 내리면 손실도 10% 가까이 커집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위험을 알고 산 사람이 감당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상품이 투자자 계좌 안에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운용사는 매일 2배 움직임을 맞추기 위해 주식과 선물을 다시 사고팔아야 합니다. 주가가 급락하면 노출을 줄이려고 더 팔아야 합니다. ETF에서 돈이 빠져나가도 다시 팔아야 합니다. 시장이 내리는데 레버리지 ETF가 또 매도 주문을 내는 구조입니다.
쉽게 말해 브레이크를 밟을수록 뒤에서 또 미는 차가 붙은 셈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작은 종목이 아닙니다. 두 종목이 흔들리면 코스피도 크게 움직입니다. 그런데 이 두 종목을 따라가는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 거래가 7월 14일 하루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의 40%까지 커졌습니다. 한 인버스 상품은 하루 회전율이 2,431.93%였습니다. 같은 물건이 하루 24번 넘게 손을 바꾼 셈입니다.
레버리지는 단순히 폭락을 따라간 상품이 아닙니다. 폭락할 때 더 팔도록 설계된 자동 증폭기였습니다.

주가 하락 → 자산 축소 → 추가 매도 → 더 큰 하락. 이 고리가 짧은 시간에 반복되면 변동성이 커집니다.
2배면 손실도 딱 2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는 더 나쁠 수 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상품 출시 때 든 계산을 그대로 보겠습니다.
주가가 첫날 30% 올랐다가 다음 날 30% 내리면 원래 주식의 손실은 9%입니다. 100원이 130원이 됐다가 91원이 되는 계산입니다.
2배 상품은 첫날 60% 오르고 다음 날 60% 내립니다. 100원이 160원이 됐다가 64원이 됩니다. 손실은 36%입니다.
기초 주식은 9% 손실인데 2배 상품은 18%가 아니라 36%를 잃습니다. 크게 오르내릴수록 원금이 깎이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국내 주식의 하루 가격 제한폭이 30%이기 때문에 2배 상품은 이론상 하루에 60%까지 잃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 손실은 이미 숫자로 드러났습니다. 씨티는 최근 한 달 동안 국내 개인 투자자의 레버리지 ETF 손실을 387억 달러, 약 58조 원으로 추정했습니다. 국내 자산을 따라가는 레버리지 ETF 시가총액은 6월 22일 525억 달러에서 190억 달러로 줄었습니다. 그런데 하락 중에도 개인 자금 62억 달러가 더 들어갔습니다.
SK하이닉스 2배 상품 하나는 상장 뒤 66.2%, 6월 22일 고점에서는 82% 떨어졌습니다. “조금만 반등하면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들어간 돈이 더 큰 손실에 갇힌 것입니다.
2배 수익을 내세워 팔았지만, 투자자가 실제로 받은 것은 2배보다 훨씬 잔인한 손실이었습니다.
정부가 쉬쉬한 것일까요
쉬쉬했다고 단정할 증거는 없습니다. 다만 투자자가 그렇게 느낄 만한 흐름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5월 27일 본격 출시됐습니다. 당시 금융당국은 두 시간 교육과 1천만 원 예탁금 같은 안전장치를 두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은행은 6월 24일 보고서에서 이 상품이 해외로 나가던 투자 수요를 국내로 돌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분위기는 금세 바뀌었습니다. 한국은행은 7월 5일 상품 쏠림과 매일 반복되는 매매가 시장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금융감독원장은 6월 22일에 이미 승인 과정이 서둘러졌다고 말했습니다. 7월 16일에는 새 상품 상장을 멈추고 광고도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7월 29일,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은 국회에서 레버리지 ETF가 변동성을 키운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7월 30일에는 개인 투자자의 레버리지 보유 한도를 전체 계좌의 20%로 묶고, 주문이 지나치게 많으면 수수료를 더 받는 방안까지 나왔습니다.
출시한 지 두 달 만에 “국내 자금 유입에 도움이 된다”에서 “변동성을 키웠고 책임이 있다”로 바뀐 것입니다. 시장이 망가지기 전에는 장점을 말했고, 무너진 뒤에야 위험을 크게 말했습니다.
이 정도면 대처가 늦었다고 말해야 합니다. 경고문 한 장 붙여 놓고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해외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는 2018년 2월 ‘XIV’라는 변동성 반대 방향 상품이 무너졌습니다. 시장 변동성이 하루 만에 폭발하자 상품 가치가 급락했고, 발행사는 조기 상환 절차를 밟았습니다. 나스닥은 거래 중단과 상장 폐지를 진행했습니다.
한국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와 완전히 같은 상품은 아닙니다. XIV는 변동성 지수를 반대로 따라가는 ETN이었습니다. 그래도 닮은 점은 선명합니다. 사람이 한쪽으로 몰렸고, 급변한 시장에서 상품의 자동 매매가 충격을 키웠으며, 문제가 터진 뒤 상품이 사실상 끝났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분산 효과가 없고 일반 ETF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경고해 왔습니다. 미국은 2020년 10월부터 새 레버리지 ETF가 2배를 넘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금융회사가 이런 복잡한 상품을 권할 때는 고객에게 맞는지 확인하고 감독하라는 규정도 두고 있습니다.
홍콩은 시장 상황에 따라 레버리지 비율을 1배에서 2배 사이로 조절하는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7월 30일 이 방식을 참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해외 사례가 주는 답은 간단합니다. 교육 영상 한 번 보여 주고 자유롭게 거래하게 두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상품 크기와 배율, 누구에게 팔 수 있는지, 급락 때 어떻게 줄일지를 처음부터 함께 정해야 합니다.
지금 필요한 해법은 거래 문턱만 높이는 것이 아닙니다
예탁금을 1천만 원에서 3천만 원으로 올리고, 최소 주문 수량을 1주에서 20주로 늘리는 조치는 필요합니다. 새 상품 상장과 공격적인 광고를 멈춘 것도 맞는 방향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돈이 적은 투자자만 밀어내고 상품 구조는 그대로 두면 다음 급락 때 같은 일이 생깁니다.
- 상품 크기를 제한해야 합니다. ETF 규모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평소 거래량에 비해 너무 커지면 신규 매수를 자동으로 멈춰야 합니다.
- 2배를 고정하지 말아야 합니다. 시장이 심하게 흔들릴 때는 배율을 1.5배나 1배로 낮추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 장 마감에 주문을 몰아넣지 말아야 합니다. 하루치 물량을 마지막 몇 분에 쏟지 않고 나눠서 거래해야 합니다.
- 개인 계좌 안의 비중을 묶어야 합니다. 정부가 내놓은 20% 한도는 빠르게 시행하되, 여러 증권사 계좌로 피하는 길도 막아야 합니다.
- 기존 상품은 천천히 줄여야 합니다. 갑자기 상장 폐지하면 또 한 번 대량 매도가 나올 수 있습니다. 신규 자금부터 막고 배율을 낮추며 순서대로 정리해야 합니다.
- 매일 숫자를 공개해야 합니다. 상품별 자산 규모, 다음 날 예상 매매 물량, 괴리율, 장 마감 주문 비중을 누구나 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 독립적인 사후 조사가 필요합니다. 누가 어떤 자료로 승인했고, 위험 경고가 언제 올라왔으며, 왜 조치가 늦었는지 공개해야 합니다.
투자자 교육은 안전벨트입니다. 상품 크기 제한과 자동 브레이크가 없다면 안전벨트만 매고 절벽으로 달리는 것과 같습니다.

배율 조절, 상품 크기 제한, 주문 분산, 공개된 위험 지표가 함께 있어야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레버리지가 범인인지 묻는다면
레버리지가 모든 문제의 시작은 아니었습니다. 반도체와 AI 기대가 지나쳤고, 외국인 매도와 차익 실현이 먼저 불을 붙였습니다. 코스피가 너무 빠르게 오른 사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레버리지 책임이 작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세계 증시가 비틀거릴 때 한국은 넘어졌고, 넘어진 뒤에도 자동 매도 장치가 계속 밀었습니다. 하루 거래의 40%를 차지할 만큼 커진 단일종목 레버리지 시장을 두고 단순한 개인 선택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합니다.
이 상품을 승인한 사람도, 판매한 회사도, 광고한 증권사도 이익을 얻었습니다. 손실만 개인의 탐욕 탓으로 돌릴 수 없습니다.
7월 29일의 책임 인정은 출발점이어야 합니다. 말로 유감을 밝히는 데서 끝나면 다음 상승장에서 이름만 바꾼 상품이 다시 나옵니다. 이번에는 출시 전에 막았어야 할 위험을 출시 뒤에 수습하고 있습니다.
레버리지는 불을 처음 붙인 성냥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기름통이었고, 당국은 그 기름통을 시장 한가운데 놓았습니다.
개인 투자자가 지금 확인할 것
정책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계좌는 움직입니다. 레버리지 상품을 들고 있다면 이름보다 구조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 상품이 하루 수익률을 몇 배로 따라가는지 확인합니다.
-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한 종목에만 묶였는지 봅니다.
- 며칠 이상 들고 있을 때 손실이 어떻게 쌓이는지 계산합니다.
- 원금 회복을 위해 같은 상품을 더 사려는 마음이 들면 일단 멈춥니다.
- 증권사 설명보다 투자설명서의 조기 청산, 괴리율, 재조정 항목을 먼저 봅니다.
- 생활비와 빚으로 레버리지 손실을 메우지 않습니다.
이 글은 특정 상품의 매수나 매도를 권하는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숫자는 2026년 7월 30일 장중 공개 자료를 기준으로 했으며, 종가와 이후 정책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참고한 자료
- 금융위원회,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투자자 유의사항
- Korea JoongAng Daily, 세계 주요 시장과 코스피 하락 비교
- Korea JoongAng Daily, 씨티의 개인 레버리지 ETF 손실 추정
- Korea JoongAng Daily, 금융당국의 책임 인정과 국회 논의
- Korea JoongAng Daily, 7월 30일 추가 규제 방안
- 한국일보 영문판, 한국은행의 태도 변화와 거래 집중
- 서울경제 영문판, 단일종목 상품 거래대금과 회전율
- 미국 SEC,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위험 경고
- 미국 SEC, 2018년 XIV 사태 관련 발표
- 미국 FINRA,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설명
- 비비랜드, 7월 초 조정장에서 본 개인 투자자 심리
- 이것저것 다 있는 블로그, 7월 8일 한국 증시 하락 정리
- 이전 글: 삼전·하닉 단일종목 레버리지, 이제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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